시간의 여유

낭만적인 여가

신중한 사색

 

한껏 멋 부린

허세일 뿐

 

나에게

느림은

끈덕진 오기

처절한 투쟁

놓지 않으려는

이루려는

집요한 고통의 댓가

 

지금

그 느림에

이끌리어

힘겨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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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울음

(암 투병중이었던 어느 환우의 눈을 보고 쓴 시)

 

 

 

생글생글 웃음 진 얼굴에

박힌

수정 같은 눈동자,

주위에

빠알갛게 번져오는 건

지는 해 담은

초저녁 하늘

 

금세 비라도

쏟아져 내릴 듯

 

얼른

입가에 웃음 지은

잔잔한 주름의

애처로운 노력이

쏟아져 내림을 막아버리고

 

괴이고 괴어

맑디 맑은

호수

무언의 말을 담아

가슴에 눈물 고이게 하고

 

백만의 말로도

억만의 말로도

퍼 담을 수 없는

눈 안에 가득한

울음

 

어느새

번져오는 발그스름한 하늘

괴이는

눈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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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삼백 육십오일

날마다

아침이면

그리고 밤이면

무딘 나를

다소 긴장케 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건네는 말에

눈빛을 마주치지 못하며

조그만 소리에도 가슴이 오그라들며

큰 소리에 그만 울어버리는

남자가 있습니다

 

오줌싸개시절

팔베개를 해주며

젖은 내 엉덩이를 두들겨 주고

까슬까슬하게 난 수염으로

내 얼굴을 부비던

남자

 

초등2학년 수는 단지 2

체육은 양인 내 성적에

괴안타하며

큰 두 손으로 내 머리를

붙들고 비행기를 쓱

태워주던

남자

 

어둑어둑

짙은 밤이

옅은 저녁을 내리 누르려 할 무렵

딩동 초인종에

일렬종대

차렷

경례하지만

 

시선은 오직 한 곳

옆구리 한 쪽 손에

얹혀있는

뭔가 담긴 종이 한 봉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내가 다가가려 할 때마다

밀착될 수 없었던

그 어색한 간격은

무서운 책임감

성실한 엄격함

때문이란 것을

 

조금 철이 들어서야

알게 해준

남자

 

삶의 험세(險勢)

그렇게 둘러지고도

남은 분신들의

염려에

더욱 깊이 패어 들어가는

주름

더욱 거멓게 쌓여가는

지침의 흔적들

 

당신은 나의 아버지

 

당신은 나의 자랑스런 아버지였고

당신은 나의 자랑스런 아버지이고

당신은 나의 자랑스런 아버지일 것입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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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점점 가난해질수록

내 귀는 더 많은 것을 듣고

내 눈은 더 많은 것을 알아내고

내 입은 더 많은 것을 말한다

 

내가 점점 가난해질수록

내 눈은 더 넓은 곳을 볼 수 있고

내 귀는 더 낮은 음성을 들을 수 있고

내 입은 더 겸양을 찾는다. 때론 거친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내가 가난할 때

들리는 모든 것들

보이는 모든 것들

말하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부유함이니까

 

나의 가난함은 나의 마음에 있다.

나에게 부유함을 주는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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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인양

전화를 하고

주말은

그 아님 그녀를 위한 시간으로

비워두고

기념일이 돌아오면

이벤트를 생각하는

 

기다림이 더 이상 불안도 아니고

홀로 있어도 날을 충만케 하는

 

그런 친구가 있니?

친구가 있니?

 

너의 이만큼은 나의 이만큼

오늘 너의 다가옴은 내일 나의 멀어짐

오늘 나의 다가감은 내일 너의 멀어짐

 

치고받는 전쟁의 상처도

애틋함이 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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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이룬 계획들에

이뤄야 할 일들에

해야만 하는 것들에

 

늘어져

일어서지 못하며

 

가라앉아

그 무거움으로

 

나의 뇌도

나의 눈도

깨어나지 못하고

 

핑계를 찾고

시간을 원망하며

 

날은

그렇게

몽중에 일어나

 

해야 할 것에로

이끌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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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는 호랑이의 강한 발톱을 가졌다면, 나는 다른 이에게 귀 기울일 수 있는 토끼의 귀를 가졌습니다.

 

만약 당신이 높은 곳을 다룰 수 있는 기린의 긴 다리를 가졌다면, 나는 낮은 곳을 거닐 수 있는 양의 짧은 다리를 가졌습니다.

 

만약 당신이 다른 이를 제압하는 사자의 거센 소리를 가졌다면, 나는 다른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비둘기의 부드러운 소리를 가졌습니다.

 

만약 당신이 어디에서든지 먹이를 찾아내는 독수리의 강렬한 눈을 가졌다면, 나는 다른 이들과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사슴의 선량한 눈을 가졌습니다.

 

만약 당신이 다른 이들과 타협할 수 있는 여우의 현명한 두뇌를 가졌다면, 나는 곧게 나갈려는 황소의 고집스런 마음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똑같이 갖고 있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눈물입니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애완동물이 한 끼를 굶주렸기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면, 당신은 굶주림에 죽어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아이가 아파서 눈물을 흘린다면, 당신은 아픔으로 고통 받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누이가 성 유린에 고통 받아 눈물을 흘린다면, 당신은 성적 착취로 고통 받는 모든 여성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형제가 노예처럼 착취를 당해 눈물을 흘린다면, 당신은 착취당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하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눈물입니다.

굶주린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흘리는 눈물!

 

그들의 고통은 그들에게서 눈물마저 앗아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들을 위한 눈물이 있습니다.

 

당신과 내가

하나 될 수 있는

우리에겐 그들을 위한 눈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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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슴을

내리누르며

 

커다란 불덩이 하나로

모아

 

널 기다렸지

 

그 순간을 기대하며

 

희미한 너의 자욱 비칠 때

 

죽음을 향해

힘껏 솟았지

 

머리는 가볍게 하늘 높이,

꼬리로 제어하는 공기를 휘 가르며,

어둠이 두려워 할 만큼 무서운 속도로,

 

너의 아련한 웃음을 보자

내 안의 불덩이 폭죽 터뜨리고

내 가슴의 기쁨이 울려 퍼져나갔지

그러나

순간의 버팀은 오래지 않고

나의 소진함이

너의 아련함처럼

내려와

작은 빛을 흩뿌려 놓았지

 

멀리서 들리는

환호소리

난 내려앉았는데

소리 없이 힘없이 말없이

떨구어졌는데

 

사람들은 그 작은 빛에

환성을 질렀어

 

그 작은 빛에

 

널 위해 다시 던져질

그 작은 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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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머리를 기대고

몸을 눕히면

상처 입은 심장이

질문을 한다

하나님

도대체 왜

 

맞닿은 귀는

소리를 더 깊이 묻은 채

최면의 시간으로

끌리어 가고

 

푹신한 평지는

 

눈을 덮고

귀를 덮고

나의 고통도 덮고

 

소리를 묻고

눈물도 묻고

힘 잃은 육체를 묻어 버린다.

 

품만을

살짝 빌려주고

말없이 가버린

하나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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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코 입

나랑 똑같다.

발가벗겨진 몸

나보다 더 앙상할 뿐

내가 가진 것과 같다.

 

그러나 그네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아니 죽었다.

 

커다랗게 뜬 눈

일그러진 폭력의 흔적들

없어진 팔 다리들

쓰레기통에 쌓인 잘려나간 머리들

 

공포도

허망함도

두려움도

그 무엇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게

오만하고

귀중했던

 

존재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느끼고 보고 배워왔던,

그리고

이 모든 세상이

지켜야 하고 지켜왔던

것들이

 

 

무참히

짓밟힌 채

죽어 있었다.

 

육체의 쓰레기더미 위에서

....

 

살아있는

반쪽짜리 영혼의

존재들은

 

죽음도 삶도

버거운 듯

둘러멘 짐들을

시간 속에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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