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삼백 육십오일

날마다

아침이면

그리고 밤이면

무딘 나를

다소 긴장케 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건네는 말에

눈빛을 마주치지 못하며

조그만 소리에도 가슴이 오그라들며

큰 소리에 그만 울어버리는

남자가 있습니다

 

오줌싸개시절

팔베개를 해주며

젖은 내 엉덩이를 두들겨 주고

까슬까슬하게 난 수염으로

내 얼굴을 부비던

남자

 

초등2학년 수는 단지 2

체육은 양인 내 성적에

괴안타하며

큰 두 손으로 내 머리를

붙들고 비행기를 쓱

태워주던

남자

 

어둑어둑

짙은 밤이

옅은 저녁을 내리 누르려 할 무렵

딩동 초인종에

일렬종대

차렷

경례하지만

 

시선은 오직 한 곳

옆구리 한 쪽 손에

얹혀있는

뭔가 담긴 종이 한 봉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내가 다가가려 할 때마다

밀착될 수 없었던

그 어색한 간격은

무서운 책임감

성실한 엄격함

때문이란 것을

 

조금 철이 들어서야

알게 해준

남자

 

삶의 험세(險勢)

그렇게 둘러지고도

남은 분신들의

염려에

더욱 깊이 패어 들어가는

주름

더욱 거멓게 쌓여가는

지침의 흔적들

 

당신은 나의 아버지

 

당신은 나의 자랑스런 아버지였고

당신은 나의 자랑스런 아버지이고

당신은 나의 자랑스런 아버지일 것입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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