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찌

 

 

 

난 언제나 우러러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교만함도 갖고 있다

 

난 언제나 내가 다른 이와 구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부는 시샘이 끓어 넘친다.

 

단 하나, 하나 차이의 벽은 마음만 먹으면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한다.

 

위의 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의 여럿을 보기 때문이다.

 

그 여럿은 나를 우러르고

 

난 하나의 빈자리를 모자람도 게으름도 아닌

보다 숭고한 인간미로 대체해 버리며,

 

최고의 것이 되고 싶은 욕망과

최고를 무너뜨리고 싶은 시기로 가득 찬

내면은 여유를 가장한 가면을 쓴 채,

 

열등한 자리

언제나 완전하지 못한 그 자리에서

무리 속에 소외되어 있다.

 

시기의 눈빛만이

그 하나를 향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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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딤

 

 

 

허무를 달래려

서성이는 손끝

 

그러나

식어버린 가락은

아무것도 옮기지 못하고

헤매 우기만 한다

 

검은 동공은

초점을 맞출 데 없어

흐리마리한 안개만을 피우고

 

기만과 속임의

자기최면은 약발 떨어진 듯 풀리어

허물어져 내린다

 

흐느적거리는

흐느낌 속에서

시간은

질척거리며

지나가고

 

그 더딤 속의

인내가

지금은 때가 아닌 듯

시간의 더딤인지

아니 나의 더딤인지를

쟁여 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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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무한하게 작아지고

무한한 말을 내뱉으며

동정의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말뿐만이 아닌

나의 전체를

알량한 말 한마디에

의지한다.

 

말이다

힘이다

힘이 전해지는 말

그 말은

너의 전부다

 

난 너의 전부를

나의 작음으로

얻으려 한다.

 

근원의 힘마저 잃어

한없이 무너지고 싶은 나

무너져 아예 흔적조차 사라질까

너의 전부에

부착하려

수많은 말을 흩뿌려낸다.

그러나

소생의 가닥은

너의 없음에서

너의 무관에서

움틀어 댐을

그 앎마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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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나 아닌 주변인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를 기억한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얼룩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은 채

 

엷게

묽게

지워졌으나

그 흔적을 뚜렷이 남기우고

 

때때로

나에게

검은 음영을 드리운다.

 

사람의 시야는 너무나 좁아

흰 바탕 보단 그 위에 검은 얼룩을 먼저 발견하고

각자의 돋보기로 확대한 후

흰 바탕을 그 검음으로 덮어버린다.

 

온통 먹구름 낀 사연 사이로

새하얀 작은 빛이 새어나오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런 흔적마저

또 다시 기억되어질

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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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II

 

 

이상을 앞에 두고

잡히지 않는 미래를 향해

고뇌하는 현재,

그 방황의 손길이

계획을 혼란시키지만

 

뜻밖의 우연을 내어

너를 이루어갈 때

온몸 가득 묻혀진 고통의 때들

주변 가득 버려진 겸손의 찌끼들

 

반갑지 않은 고민과

기다림의 지루함과

노동의 힘겨움은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시간의

만족으로 씻기고

보고 또 보고 싶은 욕망이

 

또 다시

나를

사치스런

공간과 시간에로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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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I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어도

 

난 너를 그린다.

 

무엇으로

너와 내가 섞이고

 

어떻게

너와 내가 어우러질 수 있는 지

 

나의 머리를

온통 너로 채운다.

 

둘의 다른 몸짓이

서로 섞여

또 하나의 다름을

만들어 낼 때

 

하나의 비슷함이

더해져

다른 하나를 빛낼 때

 

내 안의 너, 네 안의 나가

그 하나를

위해

존재한다.

 

더 이상

섞임도

어우러짐도 아닌

완전한 결합,

 

순수한

생명체의

잉태를 위해

 

홍영미의 두번째 시집<나를 넘어 타인을 향해>(전자책, 교보이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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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멀든 가깝든

저 너머에 있어야 한다

 

너무 멀어져

무관심이

몽롱한 정신을 만들지 않도록

 

너무 가까워져

몸의 광기의

목표가 되지 않도록

 

서로가

벗겨지지 않는

저 너머에 존재해야 한다.

 

 

 

홍영미의 두 번째 시집<나를 넘어 타인을 향해>(전자책-교보이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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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여기저기를 헤매 다닌다

 

날짜를 계산하고

행위의 정도를 타이핑하며

 

해방의 그날을 머릿속에

그려보지만

 

종착지는 암흑이다.

 

날수를 의지하고

행동에 기대를 하며

주변인의 약간의 도움에 의존하나

 

해와 달은 그렇게 길고

벗어남에 대한 두려움은

새로운 날에 대한 용기를

먹어 버리고

 

간신히 남은 작은 그늘에서

한숨의 그림자만을 피워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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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서기 아니 홀로 살기

 

 

타인의 따뜻한 마음을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최소한의 동정도 품지 말 것

필요한 도덕은 준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것,

 

셈에 빨라지는 것

자기 것은 철저히

남의 것은 쓸모 있는 것만

 

칭찬의 말에 떠오르지도 말고

비난의 말에 가라앉지도 말고

 

내려다 보지도

올려다 보지도

마주보지도 말고

같은 방향을 서로 바라보지도 말고

자신의 끝을 향해 계속 살아가는 것

 

,

홀로서기

아니

홀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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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뭔가를 그려낸다는 것은

 

 

캔버스에 뭔가를 그려낸다는 것은

흥미도 관심도 아니고

두려움이다

 

순백의 스케치북이

마냥 좋을 순 없다.

 

무책임하게 그어대도

좋아하는 색깔을 마음껏 칠해도

 

사자가 털이 없어도

뱀이 다리가 있어도

개미가 집채보다 더 커도

공주님 왕자님 눈이 별모양이더라도

 

어릴 적

신바람 났던 그 유희가

 

세 살

아니

세 살에 11을 곱한 나이인

지금

나에겐

틀림을 수정하는 스트레스로

어깨를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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