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솔여울
초등학교 2학년
뜻은 모르지만
이름같이 맑아
모든 찌기들이 빨려들어 버려지고
깨끗함만 남아 있을 것 같은
아이
칠판에 공주그림을 그리며
선생님이라고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그간 배운 영어 실력 자랑하며
like를 칠판에 쓴 날
너무 너무 사랑스러워 감동하였지만
다른 아이들 생각하며
많이 많이 표현해 주지 못했어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어느 날 너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어
아주 신나는 일이 있다며
나에게 앵무새같이 종알거린 날
난 그 신나는 일이 뭘까
가족끼리 여행을 갈까
친구랑 같이 더운 날 수영장이라도 갈까
아니면 아빠에게 생일선물이라도 받았을까
흔히 아이들이 자랑하는 그것을 기대한 나는
그 상상이 무너져 너무 안타까와졌지
너는 너무 신나게 할아버지가 병원에 계신데
할아버지 간호를 하며 같이 지낼 수 있다고
어떻게 그게 신나는 일일까
고사리같은 손으로 할아버지 심부름하는 것
힘이 들텐데....
어쩌면 그렇게 맑게, 어쩌면 그렇게 밝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삶에 신물 난 난 잠시 생각했어
얜 여우가 아닐까
난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단다.
그리고 잠시 기도했어.
저렇게 맑은 아이에게
삶이 잔인하지 않기를
눈물 나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여울이를 만나서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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