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들

 

 

하얀 종이위에

나래비 줄선 작대기들

위로, 아래로,

가로로, 세로로

때론 빙 돌아

한 점으로 모여

동그라미를 만들고

 

 

무의미들

허무들

소용없는 것들

버려진 것들이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요술에 걸려들어

제각각

모여들면

 

 

형용할 수 없는

신비한 기적이

나의 동공에 닿아

뇌로 전달된다.

 

 

,

하나의 전율이

나의 촉수를 타고

나의 심장을 울리고

나의 몸통을 죄어들게 하며

나의 손과 발을 마법에 묶이게 한다.

 

 

<The comment>

시인은 하나의 시가 개별적으로는 의미 없는 것들의 이루어짐을 통해 의미를 갖게 됨을 말하고 싶었다. 하나하나의 개체는 의미 없고 유용성도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시인의 의도일까 아님 우연일까... 그렇게 모여진 한 포인트 한 포인트들이 무수한 의미들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 움직임까지 가져온다. 이것이 글자들의 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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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 언니에게

 

 

커다란 안경너머의

상냥한 미소도

 

어르신네들의

간장을 녹일 듯

예의바른 말씨도

 

똑똑한 우등생의

총명함도

 

가끔가다

너무 편안히 해주는

얼빵한 행동도

 

무너져

시체처럼 늘어진 언니를 보았을 때

 

내 안에 쌓아두었던

그녀도

눈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항상 옆에 있었던 사람

그리고 항상 옆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사람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잃어

마음도

몸도

쇠잔되어진 그날

 

애써

그 슬픔을 감추려는

언니의 독스런 행동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싱그브리한 남자라고

겸손하여 자랑도 하지 않았지만

 

난 그 싱그브리함이

세상을 닮지 않은 천진함으로

바다 같은 넓은 사랑으로

언니를 감싸주고 있었음을

이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젠

그 포근했던 바다가

폭풍우와

거친 파도로 변해

막아줄 이 없는

언니를

할퀴고

때리고

덮어 내리려 한다는 것을

 

그 속에서 버텨나가야 할

아니 버텨내고 있는

언니의

가슴 속이

시퍼런 멍든 눈물로 가득차오고 있음을

 

내 가슴의 시림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퍼렇게 멍든 눈물이

언니를 다시 감싸 줄

드넓은 바다됨을

난 작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내 가슴의 시림이 끝날 때까지

난 내 가슴을 언니를 향한 마른 희망으로 채울 것입니다.

 

 

-------------------

<Comment>

경아 언니는 시인의 사촌입니다. 그녀는 젊은 날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습니다. 시인은 그녀의 남편 장례식장에서 쓰러진 그녀를 봅니다. 학창시절 모범적이고 똑소리 나는 그녀가 절망한 날, 시인은 한 여자의 일생이 어떻게 그려져갈까 상상해 보고 걱정을 해봅니다. 그리고 쓰러진 그녀가 강인하게 희망차게 삶을 이어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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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로움의 친구는

 

무한한 공간

형태는 4각형

침묵 속에 울리는 답변

무수히 넘치는 글자들

 

나의 손길을 느끼며

나와 마주보며

나를 담아주는

 

바보통, 바보야

넌 기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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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으로 들어가면

무엇이 존재할까

저 깊은 블랙홀로 들어가면

또 다른 빛이 존재할까

벽을 뚫고

하늘을 나른다.

 

 

땅을 뚫어

바다를 헤엄친다.

 

 

자유를 원해

무한히 치솟고 싶어

하늘이 답답해

 

 

하늘을 걷혀

새로운 나래로

4차원의 세계로

 

 

 

난 죽음이 필요해

난 어둠이 필요해

 

 

그래야

다른 세계로 갈 수가 있어

그래야

다시 살 수 있어

 

 

<comment>

시인은 죽음을 끝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 다른 한 세계이다. 그 세계는 죽음을 통해서 갈 수 있다. 그 세계는 무한한 자유가 있는 곳, 인간이 다시 살 수 있는 곳이다. 시인은 죽음도 어둠도 삶, 인생의 한 부분, 죽는 경험을 통해서 새 세상을 알게 된다는 이치를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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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너무 얄밉다.

언제는 기다려 준다며

또 언제는 자기는 너무 풍성하다며

위세를 떨더니

 

이젠

나를 몰아대고

나를 재촉한다.

 

난 쏘아진 화살과 같고

흐르는 물과 같으니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것들

얼룩졌던 모든 것들을

 

갈아서 날려버리고

흐르는 물에 희어지게 씻어버리라고

 

시간은 정말 능청스럽다.

달래며 어루만질 땐 언제고

나를 매질하며 구속할 땐 언제인가?

 

언제는 무관심하게

언제는 영원히 머물러 있을 듯

나를 희롱하며

나의 긴장을 죄이는

시간이여

 

이젠 더 이상 너를

흘려보내지도 않으련다.

 

 

 

 

 

 

<comment>

이 세상에 시간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시간을 돌이킬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이 세상에 시간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누구에겐 시간이 너무나 풍성하고 누구에겐 너무나 고독하고 누구에겐 너무나 지루하고 누구에겐 너무나 아쉽다.

시간은 인간의 치밀한 계획도 비웃는다. 인간이 시간을 계획하고 살아가도 시간이 우리를 배신할 때가 많다. 우연, 필연, 인연 등 많은 해석을 하지만 인간은 시간에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그런 시간을 앞으로 어떻게 흘러 보내야할까? 아니 어떻게 잡아야 할까? 해답을 모르는 것이 답이 아닐까? 많은 지혜자들의 답도 제 것이 아니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답이 없음을 물어 던짐으로 약간의 解消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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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

 

 

사람마다

()을 소유하고 있다

각자 달라

그것이 얼마만한 크긴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은

무한한 공()을 소유하기 위해

닿지도 않으며

이르지도 않는

그를 향해

휘적휘적 거린다

 

()

이상(理想)

사유(思惟)

뿜어 내뱉기도 하고

 

()

껍데기들을

냄새나는 오물들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진정

()에 떠도는 난

내 속의 공()

무관심하다.

 

그 공간에 빈 허무를 채운 채

오늘도 떠돈다.

 

 

 

 

<Comment>

에 뭔가를 채우기 위해 애쓰는 것이 삶인 것 같다. 그것이 사유란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그것이 눈에 보이는 물질일 수도 있고 때로는 더러운 오물일 수도 있다.

난 무엇을 떨어뜨리고 사는지, 무엇을 채우고 사는지, 아니면 무엇을 자꾸 비우고 사는지... 물어볼 일이다. 아무 관심도 없이 사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빈 허무로 그냥그냥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채우는 것이 답인지... 비우는 것이 답인지... 오늘도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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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2)

 

 

휘두둑 휘두둑

빗물 듣고

휘이익 휘이익

소릿바람 소슬 거리면

 

 

짙초록 치마

푸른 저고리

흰 소맷자락

한 맺힌 살풀이를

넘실넘실 추어댄다

 

 

귀 기울이는 이는

잠에서 깬

두둥실 나룻배 하나

 

 

평평한 날을 위하여

지세한 가지로 흘러 들어온

오물들을 다 품었다.

 

높이 솟자 모든 욕망도

다 버리고

천세의 매질에도

화를 걷어 삼키니

 

 

나를

바다라 한다.

얼마나 많은 앓이를

해야

얼마나 많은 겹을

걷어내야

 

 

내 속을

하늘에 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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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1)

 

흰 물결 송긋 송긋 비추이며

발라드 가락에 맞춰

리듬을 타고

 

청아한 햇살 담아

눈부신 물방울무늬

그림을 그리며

 

희고 푸른 줄무늬

치맛자락

살짝 휘감으면

 

해안의 모래가 흠뻑 젖는다.

기다림으로

그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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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눈물

 

 

가슴 속

흐르는 눈물

시큰시큰 아픈 상처를

연고처럼 하얗게

덮어준다.

 

가슴 속

솟구치는 눈물

마음 속 빈 구멍에 스며들어

삶의 찌꺼기들을

흘려 내버린다.

 

가슴 속

뜨거움

두 줄기 강물 되어

내 뺨을 타고

넓은 바다 되어

하늘과 닿는다.

 

 

 

<comment>

때론 후회의 눈물, 회한의 눈물, 참회의 눈물이 아픈 상처를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어떨 땐 눈물이 답인 것처럼 눈물은 나를 인간다움으로 이끌어주고 때론 하늘의 위로를 알게 해주고 전혀 새로움으로 나를 거듭나게 한다. 그 눈물이 메말라 가는 것이 문제다. 뜨거운 눈물이 이젠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난 건조하고 메말라 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 눈물이 방울방울 샘솟기를 다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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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할 아는 게 참 많다.

 

 

난 할 아는 게 참 많다.

난 사이버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컴퓨터도 할 알고

난 글로벌시대에 필요한 영어도 할 알고

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글도 쓸 알고

난 내 마음대로 그림도 그릴 알고

난 엉덩이춤도 출 알고

난 셔츠에 물이 튀겨 온통 젖을 만큼 설거지도 할 알고

난 목청 터지라 소리 지르는 것도 할 안다.

 

그러나 지금

 

나를 건네

나를 보여

나를 들어

이 없다!

 

 

 

 

 

<comment>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하려면 줄이 중요하다. 줄을 잘 서야 한다 라는 말이 있다. 줄을 잘 서기 위해 학연, 지연 등을 가지려 노력한다. 능력과 재주가 아무리 많아도 줄이 없으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능력과 재주를 인정하고 이끌어 줄, 줄이 필요하다. 젊은 시절 실력을 쌓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노력과 상관없이 외톨이가 되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나에게 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시인은 고민한다. 나를 건네줄, 나를 보여줄, 나를 들어줄 그 줄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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