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들
하얀 종이위에
나래비 줄선 작대기들
위로, 아래로,
가로로, 세로로
때론 빙 돌아
한 점으로 모여
동그라미를 만들고
무의미들
허무들
소용없는 것들
버려진 것들이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요술에 걸려들어
제각각
모여들면
형용할 수 없는
신비한 기적이
나의 동공에 닿아
뇌로 전달된다.
곧,
하나의 전율이
나의 촉수를 타고
나의 심장을 울리고
나의 몸통을 죄어들게 하며
나의 손과 발을 마법에 묶이게 한다.
<The comment>
시인은 하나의 시가 개별적으로는 의미 없는 것들의 이루어짐을 통해 의미를 갖게 됨을 말하고 싶었다. 하나하나의 개체는 의미 없고 유용성도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시인의 의도일까 아님 우연일까... 그렇게 모여진 한 포인트 한 포인트들이 무수한 의미들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 움직임까지 가져온다. 이것이 글자들의 신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