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싱글녀의 비애, 때론 여자이고만 싶다.

 

 

난 여자이고 싶다. 아니 여성이고 싶다.

때론 남자들과 차별받고 성적으로 모욕을 당하기도 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정말 때론 우아한 여자이고만 싶다.

무거운 노트북을 뒤에 짊어지고 굽 없는 신발을 신으며 스커트를 입은 기억은 손을 꼽아야 하니.

점점 나의 여성성이 사라져 가는 것이 서글퍼진다.

여성들이 사회 현실 속에서 성적으로 차별받고 성적모욕을 당할 때, 전통적인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은 그 여성이 어떻게 하고 다녔 길래, 또는 어떻게 행동 했길래, 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여성들에게 꽂는 경우가 많다. 정말 여성들은 이중의 상처를 입는 셈이다. 그러나 요즘 현대여성들은 많이 똑똑해져서 여간해선 당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들은 남성들이 성폭행을 당한다나(?)

그래도 옛날의 나처럼 멍청한(그렇다고 지금도 많이 똑똑해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여성들이 아직도 많다. 그런 여성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니 말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오래 전일이다. TV에서 제목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재미있게 엮어 그 사람의 인터뷰와 같이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공한 조성아라는 여성의 이야기였는데 키도 조그맣고 뚱뚱한 그 여자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것도 의외였지만 그 여자의 그 일에 대한 집념과 자부심 또한 놀라왔다.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조성아라는 여성이 직원 몇 명을 데리고 조그만 뷰티숍을 경영할 당시 자신의 사업을 홍보할 양이었는지 몇몇 남성들과 여직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한국의 남자들 술만 먹으면 여자알기를 뭐 같이 아는지. 짖굳게 부르스를 추면서 엉덩이로 손이 내려가는데. 참다못한 조성아란 여성이 거기에 차려진 술상(?)을 확 뒤집어 업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그녀 왈, “정말 확 뒤집어엎었습니다. 여자도 실력만 있으면 이렇게 하지 않고도(영업이니 홍보니 하면서 술대접하는 것)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그 말에 그래 맞아동감의 박수를 보냈다. 그래도 아직도 나는 의심 많은 여성인지 혹시 저 여자가 못생겨서, 거의 남자 같은 모습, 여성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 괜한 열등감을 가진 여성의 영웅적인 과시가 아니었나 ? 이렇게 되물어 보았다.

그러나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는데. 과거 그 여성의 모습은 연예인 뺨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여자는 웃으면서 내가 이렇게 된 것은(내가 보기엔 작은 돼지 한 마리로 보이는데) 직업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때고 일을 해야 하니까 불규칙하게 먹다보니까 이렇게...하고 이야기하는 데 정말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다.

나는 그 여자의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이 정말 부럽기까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내 마음에 자꾸 실력”, “실력”, “실력이라는 말이 맴돌았다. 그리고 그 때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진작 나도 나의 일, 나의 전문 분야, 특기를 찾아 실력을 키울걸, 더 많은 집착과 노력을 할 걸,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노력에 비해 하잘 것 없는 노력으로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세상을 한탄하며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남자들은 죽일 듯이 미워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반성해보았다. 그 때 당시 나는 그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남성들의 쾌쾌한 냄새가 나는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의 여성성(여기서의 여성성은 여성으로서의 매력에 국한됨)을 잃어가는 것을 한탄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모순인지? 일반적인 여성들이 라면 모두 다 가지는 딜레마일 것이다.

그러나 40대 후반의 싱글녀가 된 지금, 노력으로도 되지 않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여성에게는 있음을 실감한다. 현실의 벽은 그렇게 높고도 높다. 실력, 노력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성공을 다 해석해 낼 수 없다. 나이가 먹어 그걸 알아갔다. 노력의 노력, 그러나 실패의 실패. 그러나 그 뼈아픔이 또 다른 나를 만들어가고, 또 다른 열심에로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생사 일희일비,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이보다 더 나쁠 순 없으랴 하면서 오늘도 나를 세워가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고 있다. 잃어가는 여성성을 서글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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