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이젠 호감언어

 

 

스티브 잡스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우리말로 옮기자면 항상 배고프게 갈망하고 바보같이 우직하게 살아라

여기서 foolish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의 인생도 그의 말처럼 바보같은 데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그는 끝끝내 다시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복귀하여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발명품들을 내 놓았습니다. 그의 인생의 full story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 포기했더라면, 당장의 눈앞의 이익 때문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는 그의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직하게 어쩌면 바보처럼 한 길을 간 것. 그것이 그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지 않았을까요.

 

그러고 보면 foolsih란 말이, 즉 바보란 말이 이젠 더 이상 이 시대의 경멸적인 언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호감언어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바보는 어리석고 못나게 구는 사람을 얕잡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또는 지능이 부족하고 어리석어서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요즘 바보라는 말이 대유행입니다. 딸바보, 아들바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요즘 연예인들이 자신의 자녀들과의 인증샷을 올리며 그 말을 은근히 듣고 싶어합니다. 스타들이 전에는 신비주의를 지향하여 사생활을 숨기고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자신을 바보로 낮춤으로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자신을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인간미를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주어, 오히려 더 관심을 끌고 인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타들은 이 방법을 일종의 처세로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보는 이젠 사전적인 의미로서 쓰이기보다는 어느 한 쪽의 전문가를 애칭으로 부르는 말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바보라는 것을 희화화한 예능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인데, 201510월쯤, 제목은 바보전쟁, 부제목은 순수의 시대로 방영된 것으로 기억됩니다. 뇌순남(뇌가 순수한 남자),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를 뽑고 웃기는 게임도하고 경기도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바보전쟁입니다. 이 단어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들리지 않고 프로그램이 재미있었습니다. 거기서 뇌순남, 뇌순녀로 뽑힌 연예인들은 미술이면 미술, 음악이면 음악, 연기면 연기, 어느 특정한 데에 있어서는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예능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반상식은 꽝인 바보들이었는데 사자성어도 하나도 모르고 한글 받침법도 다 틀리고 쉬운 영어도 하나도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바보가 아닌 바보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연예인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바보가 이제는 더 이상 비하하는 단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 쪽 면으로 너무 치우쳐 다른 쪽은 모자라는 사람인데 그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인 사람, 그런 사람을 바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바보가 되는 것이 전략일 수가 있지 않을까요.

 

자신을 깍아 내리고 자존심을 버려도 어쩌면 어리석게 보이지만 꿋꿋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 가는 것. 이 시대에 필요한 처세술이 아닐까요. 바보처세술이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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