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마이클 샌델은 시장의 공정성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그래서 모든 이에게 이롭다라는 시장지상주의로 흘러가는 세태에 반박하면서 이글을 썼다. 이 사회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과 살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장에서 교환이 가능하다면 모든 진리라고 믿는 우리의 가치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정과 사랑, 명예, 공공성, 도덕 등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효율성이 답이 아니다.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마이클 샌델은 던지고 있다.

 

 

시장지상주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없다.

교도소 감방 업그레이드 182달러,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 6250달러, 미국으로 이민하는 권리 50만 달러, 멸종 위기에 놓인 검은 코뿔소를 사냥할 권리 15만 달러, 의사의 휴대전화 번호 연간 1500달러, 자녀의 명문대 입학 허가, 대학마다 다름.

 

우리는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팔고, 자기의 장기까지 팔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상업용으로 게재해서 돈을 벌고...

이렇게 사고 판다는 논리가 물질적 재화의 영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는 시장의 효율성이 공정성을 이룰 것이라는 것이 의심받고 시장과 도덕이 분리되고 있다. 다시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말하고 있다.

 

 

사회관습, 인간관계, 일상의 것들까지 침범한 시장의 역할과 영향력

1. 예를 들자면 선착순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 약간의 돈만 더 내면 공안 보안검색대든 놀이 공원의 인기 놀이기구든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재화를 분배하는 시장의 논리가 선착순이라는 전통적 관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제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는 줄서기 도덕에 대한 가치를 변질시킨다.

 

2. 결혼과 이혼의 개념도 시장의 논리로 해결한다. 예를 들면 결혼에서 내가 기대하는 효용이, 독신 때로 있을 때의 효용보다 더 높을 때 결혼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혼자는 독신이 되거나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에 기대하는 효용이, 자녀와의 물리적 별거, 공동 자산의 분리, 법률 비용 등 이별로 상실하는 효용을 초과할 때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일어나는 일도 시장논리로 설명된다.  그렇다면 결혼과 이혼에 따르는 전통적 가치, 사랑, 부모로서 모성까지도 시장이 해석해준다.  이제는 결혼이 거래가 되어 버렸다.  마이클 샌델은 이러한 변화가 생겨난 한 가지 이유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금전적 인센티브의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우리는 사람의 신장, 성, 학위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도덕적으로 불미스럽게 여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돈으로 사고 팔 때 분명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뭔가가 있다. 모든 것을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를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노벨상 트로피를 살 수 있을지 언정 노벨상 자체를 살 수 없다.

또한 사람의 신장은 살 수 있지만 도덕적으로 논란거리가 된다.  리처드 포스너라는 사람은 아이를 입양할 때도 시장 논리에 맡겨 좀 더 바람직한 입양조건을 갖춘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비싸게 책정하여 경매에 부치자 라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의 의견에 반대하면서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이라도 아이들을 사고 팔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분명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시장이 도덕을 껴안지 못한다. 시장은 도덕을 밀어내고 있다.

 

 

시장에 대한 신념을 둘러싼 두 가지 입장

시장에 대한 신념을 가진 첫 번째 입장은 어떤 재화나 활동을 상업화해도 그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돈은 결코 재화를 변질시키지 않고 시장이 도덕을 밀어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이 논리는 재화를 사고팔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해서 효용을 증가시키고, 자신이 그 재화를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거래를 중단하면 된다는 논리이다.

시장에 대한 신념, 두 번째 입장은 윤리적 행동은 아껴야 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의 의무 같은 도덕적 정서는 사용하면 고갈되는 희소한 자원이므로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시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므로 미덕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다 써버리지 않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타주의 감정을 무모하게 사용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곳에 더 온전히 쓸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장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자이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제자인 데니슨 로버트슨은 <사랑의 경제화>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그는 처음부터 경제학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인간의 숭고한 동기, 이타주의, 자선, 관용, 결속, 시민의 의무 같은 고차원적 미덕은 성직자의 몫이다 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성직자들의 임무를 돕는 방법은 이타주의나 도덕적 배려보다는 자기 이익에 의존하는 정책을 장려함으로써 사회가 희소한 미덕을 낭비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버드대학교 총장이자 경제학자인 로렌스 서머스도 이와 같이 주장한다. "우리 내면에 누구나 이타심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나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이타심을 우리가 보존해야 하는 소중하고 드문 재화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기적인 개개인이 모여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가족, 친구,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한 이타심을 아껴둠으로써 보존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 말은 이타주의를 무모하게 사용하면 공공 목적을 위해 써야할 공급량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최소한 남겨두어야 할 가족, 친구를 위해 써야 할 이타심까지도 감소시킨다는 주장이다.

 

 

마이클 샌델의 반박

마이클 샌델은 위의 시장에 대한 신념과,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반박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베푸는 자선과 사랑의 양은 쓰면 쓸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할수록 고갈되지 않고 오히려 커진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좀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 좀 더 계산적으로 자기 이익에 치중해,  대한다면 그 사랑이 더 오래 보존될까. 평생 사랑하고 싶어서 그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면 그 사랑이 줄어들까.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정당하게 행동함으로써 정당해지고 절제함으로써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하게 행동함으로써 용감해진다.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 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과 가깝다. 시장 지향 사회의 결함 중 하나는 이러한 미덕이 쇠약해지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우리의 공공 삶을 회복하려면 좀 더 부지런히 미덕을 행사해야한다는 것이 샌델의 주장이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도덕심, 이타심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희소한 것으로 보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은 이타심, 도덕심을 발휘하는 경우는 제한적이고 특정한 경우이기 때문에 여기에 기대거나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나는 샌델의 입장에 찬성한다.  우리의 도덕적 가치는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랑, 이타심, 관용, 등은 도덕적으로 궁극적 가치이면서 희소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그 속성은 고갈되지 않고 쓰면 쓸수록 계속 커지는 속성이 있다.

속성상 무한대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우리가 계기를 잘 만든다면 우리의 도덕적 가치를 무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차라리 개인의 이익에 의존하는 것이 더 한계가 있을 때가 있다. 경제학자들은 그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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