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살아보니> 백세를 살아 온 이에게서 인생에 대해 듣다.(김형석 지음)

 

김형석 교수는 철학자이자 연세대 명예교수이다.  활발한 저서 활동을 했으며 우리나라 철학계의 거두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신간 <백년을 살아보니>에 그의 담백한 인생론이 담겨 있다.  그에게서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음이 오기를 바라며 책을 펴들어 읽었다.

 

1. 똑같은 행복은 없다(행복론)

행복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행복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주관적이라고 말한다.  돈 때문에 행복해지는 사람도 있으나 돈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김형석 교수의 행복의 정의는 특별하다.  즉 행복은 삶의 일상적이며 정상적인 내용과 연결되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빈 그릇 속에 담아 넣고 싶은 것들의 대명사이다. 이것이 그의 행복에 대한 정의다.

그리고 그는 행복에도 차원이 있다고 말한다. 물질적 소유가 아니라 정신적 가치에서 오는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 가치는 소유에서 오는 만족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신적 가치의 창조자는 사회에 주기 위한 책임을 감당했고, 우리는 그 가치를 공유한다. 공간을 넘어서, 시간을 초월해 인류가 공유하는 업적을 남긴다.  이러한 인류가 남긴 업적의 혜택을 누리는 일에 동참함으로써 우리는 행복을 누린다.  이것이 더 높은 차원의 행복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93세 되는 가을, 자다가 메모를 남기고 다시 잠들었다.  거기에 그의 인생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에게는 두 별이 있었다.

진리를 향한 그리움과

겨레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그 짐은 무거웠으나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의 길과 달랐다면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의 답에 있다고 한다.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대답에는 부끄럽지만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에 대한 답은 있다는 것이다.  그 답은 바로 사랑하기 위해 살았다는 것.

 

2. 사랑 있는 고생이 기쁨이었네(결혼과 가정)

그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현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는 고독을 말한다.  노년기에 짝을 잃은 사람에게 아무리 자식이 효를 다해도 배우자를 찾아주는 것만 못하다 라는 일화를 남기면서 결혼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런데 너무 이기주의자들은 결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 사랑다운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결혼은 사랑의 출발이며 사랑의 성장은 정성스러운 반성과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사랑의 나무가 자라는 데는 3가지의 과정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과정은 애욕의 과정이다.  애욕은 소중한 본능이다.  그러나 남녀 간의 사랑의 전부도 아니며 목적도 아니다. 그렇다고 죄악도 아니다.

두 번째, 애욕은 사랑의 나무가 자라면서 애정으로 승화된다.  애정이 애욕을 포용해서 더 넓고 높은 사랑으로 이끌어 간다.  자녀들이 태어나면서 가정의 구성원이 부부에서 자녀에게까지 확대되면 사랑의 내용도 바뀌게 된다.

세 번째로, 애욕은 애정이 되고 인간애의 경지까지 이른다.  김형석 교수는 실제로 아내가 20여 년 병중에 있었다. 긴 투병과 간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간병을 하면서도 그 무거운 짐을 질 수 있었던 것은 수십 년의 애정과 가정의 사랑이 인간애로까지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또한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희생만큼 고귀한 사랑이 없으며 그 베푼 사랑으로 그 자식들은 이웃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애가 이루어지는 과정인 것이다.

 

 

3. 운명도 허무도 아닌 그 무엇(우정과 종교)

김형석 교수는 우정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에게는 김태길, 안병욱라는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그들은 그와 함께 우리나라 철학계의 삼대거두이다. 철학계에서 모두 유명해, 라이벌 의식이 없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때마다 우리의 경쟁은 사랑이 있는 경쟁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학문과 사회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로 위해주는 노력이었다라고 그는 회고한다.

  그는 종교에 대해서 은총의 선택을 이야기 하고 섭리를 이야기한다.  구약과 신약의 역사를 보면 운명론도 허무주의도 아니다.  또 다른 차원의 인생관이 있는데 그것이 섭리이다.  수많은 신앙인들이 은총의 체험인 섭리 속에 살아가며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또 다른 질서인 은총의 질서, 섭리의 질서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선배교수의 일화를 든다.  그 선배 교수는 철학도로서 신앙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죽을 때 그는 신앙적 권고를 받고 마음의 문을 열고 새문안교회에 입문하여 그곳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장례식의 실질적 책임을 맡았던 제자 김태길 교수도 신앙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임종을 맞이했다고. 김형석 교수는 말한다.  신앙이 인생의 마지막 물음에 대한 해답이라고.

 

 

4.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돈과 성공, 명예)

그는 인생의 목적은 돈과 경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후진 사회에서는 경제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도 선결조건이다. 그 빈곤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과 경제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수단이며 과정이지 목적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슈바이처의 삶을 이야기한다.  슈바이처는 고통을 받는 이웃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버렸다. 그것이 슈바이처에게 있어서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며 목표라고 했다.  슈바이처는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겼고 종교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학문과 종교는 인간을 위한 것이지 그것들이 삶의 목적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슈바이처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생명성까지 존중히 여길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형석 교수는 말한다.  예술이나 학문적 업적은 남길 수 없어도 이웃에 대한 사랑의 봉사는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업적이나 경제적 유산은 남길 수 없어도 가난하고 병든 이웃들에게 따뜻한 정과 마음은 나누어 줄 수 있다.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의 대답은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삶이다.  그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  그 사랑이 귀하기 때문에 더 높은 사랑은 죽음까지도 극복할 수 있다고.

 

5.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노년의 삶)

그는 마지막까지 사랑을 이야기한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모두 사랑이다. 사랑이 있는 삶,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삶, 이웃을 위한 희생이 있는 사랑, 이것이 그에게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이 책이 말하는 인생론의 답이다.

김형석 교수와 두 딸의 '고생하며 돌아가신 엄마'를 이야기 하는 대화 속에 이런 말이 오고 간다.  "엄마는 엄마로 사시며 고생하신 것을 다시 하라면 하실 사람 같아요" "그 고생속에는 사랑이 있었거든. 너희들도 인생을 살다보면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값진 행복한 인생인 것을 깨닫게 될 거다. 엄마는 이미 그 인생을 끝냈고."

 

그는 20113월 한림대학교에서 일송상을 받는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그의 수상 소감을 밝혀 놓았다.  핵심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라는 것.

 

"제가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90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오면서도 그 사실을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다시 한 번 교단에 설 수 있다면 정성껏 제자들을 위하고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은 저와 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새출발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제 나이가 되면 여러분의 인생을 행복과 영광으로 이끌어주실 것으로 믿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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