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화는 과정이다. 미셸 마이에즈(Michelle Maiese)가 비인간화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마이에즈의 연구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이에즈는 비인간화를 적은 인간보다 못한 존재이므로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보이게끔 해서 적을 악마로 만드는 심리적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비인간화는 대개 적의 이미지를 만드는데서 시작한다. 편을 가르고 신뢰를 잃고 점점 더 분노하는 동안 우리는 적에 대한 인상을 굳힐 뿐만 아니라 귀 기울여 듣고 소통하며 일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마저 잃기 시작한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우리와 다른 편에 선 사람을 도덕적으로 열등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판단하고 나면 그 갈등은 선과 악의 구도를 띠기 시작한다. 마이에즈는 당파들이 이런 식으로 갈등을 조작하고 나면 각 당파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자기 당파가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패배하게 된다고 믿게 되면서 제로섬 사고방식이 발생하기도 한다. 상대편을 처벌하거나 파괴하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호전적 성향이 강한 리더십이 권력을 장악하기도 한다.

비인간화는 수많은 폭력, 인권침해, 전쟁 범죄, 집단 학살 행위를 부추긴다. 또한 노예제도, 고문, 인신매매를 정당화한다. 타인을 비인간화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 본성과 인간 정신침해를 용납하고, 나아가 신앙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은 종교적 핵심교리 위반을 용납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사태가 일어날까? 마이에즈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인간의 기본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되며 살인, 강간, 고문 같은 범죄는 잘못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비인간화에 성공하면 도덕적 배제 moral exclusion 가 발생한다. 성별, 이념, 피부색, 민족, 종교, 연령과 같은 정체성을 기준으로 표적이 된 집단은 인간이하나 범죄자, 악마로 묘사된다. 결국 표적인 된 집단은 인간의 도덕률에 따라 당연히 보호받는 범주에서 벗어난다. 이것이 도덕적 배제이며 비인간화가 그 핵심이다.

비인간화는 항상 언어에서 시작하며 그 다음 대개 이미지가 따라온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곳곳에서 이를 발견하게 된다. 나치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하는 동안 유대인을 운터멘셴 untermenschen 즉 인간이하라고 칭했다. 나치는 유대인을 쥐라고 불렀고 군용 홍보물로부터 동화책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서에 병을 옳기는 설치류로 묘사했다. 르완다 대학살 당시 후투족은 투치족을 바퀴벌레라고 불렀다. 토착 민족을 가리켜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일은 흔하다. 세르비아인은 보스니아인을 외계인이라고 불렀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노예 소유주는 노예를 인간 이하 취급한다.

각종 잔혹행위에 참여했거나 이를 방관한 모든 시민이 난폭한 사이코패스였다고 치부할 수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고 진실이 아니며 핵심에서 벗어난 해석이다. 핵심은 바로 우리 모두 은밀하고 천천히 자행되는 비인간화에 희생되기 쉬우므로 이를 알아차리고 막을 책임을 진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나로 살아갈 용기 (브레네 브라운 지음/이은경 옮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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