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는 국제화 시대이다. 그러다 보니 국제결혼도 많아지고 자연히 다문화 가정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다. 며칠 전 다문화 정책에 대한 포럼을 들었는데 다문화 가정의 이중 언어 교육은 당연히 해야 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말하는 연설자가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이중 삼중의 언어를 습득해야 하는데 언어 스트레스가 엄청나며 그것 때문에 많이 삐뚤어져 나가고,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인데도 폭력성이 강한 것을 보았다.

난 한 아이와 씨름을 한 적이 있다. 그 아이는 도통 영어공부를 하지 않으려하고 영어말소리만 들어도 경끼를 한다. 심지어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공격적이며 항상 씩씩댄다. 아빠는 한국 사람이라 아빠랑은 한국말로 소통하고, 엄마는 조선족으로 중국말을 한다. 아빠가 조선족 중국 사람과 재혼한 케이스다. 그 애는 자기는 아빠가 둘이고 동생은 중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가정 사에 이 아이가 겪을 혼돈이 대단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 아이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아이한테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다. 교실에 조용히만 앉아 있어도 상을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요란한 아이를 수업시간동안 잠재우는 것은 가능했지만 어떻게 영어교육을 하느냐는 나의 숙제이자 연구대상이었다.

그렇게 한 달반 동안 연구를 하다가 나는 묘책을 생각해 냈다. 아이에게 아는 척을 했다. “엄마가 중국 사람이면 너 중국말 할 줄 알겠구나, 이 세계에서 중국하고 삐까삐까한 나라가 어디니?” 라고 물어보았다. 그 아이는 미국이라고 말했다. “미국사람은 무슨 말을 쓰니?” “영어요!” “그래 너는 중국말도 할 줄 알고 영어도 배워서 영어도 할 줄 알면 너무너무 멋진 사람이 될 거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영어를 한 단어 가르쳐 줄 테니. 너는 선생님한테 중국말 한 단어를 가르쳐 주렴.”

그랬더니 그 아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나에게 핸드폰이 중국말로 뭔지, 형이 중국말로 뭔지, 하나, , 셋이 중국말로 뭔지 알려주기 시작했다. 나는 이 때다 싶어 영어로 행복하다, 사랑한다, 좋아하다 란 말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 그는 어느새 영어를 배우는 데 거부감이 없어졌다.

나는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하나씩 거부감이 없이 해나가면 그 아이가 성장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가 영어를 공부한데에 결정적인 요인은 그 아이가 한순간에 자존감이 높아져 버렸다는 데에 있다. 세계화 시대에 멋진 발맞춤을 하는데 네가 merit이 너무 많다고 자존감을 높여 놨으니, 선생님까지 자기한테 중국말을 배우려고 하니 얼마나 신나겠는가!

그렇게 매일매일 그 아이를 포함해 다른 아이들과 나는 중국말, 영어, 한국말까지 삼중언어를 하면서 재미있게 수업을 했다. 이 기억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기억이다. 그 아이가 영어 공부를 하기 시작해서가 아니라 다문화 가정아이들이 자칫 따돌림 받기 쉬운데 그런 아이에게 친구가 다가오도록 사회성, 공동체성을 길러준 것만으로 난 뿌듯하다. 그 아이가 멋진 아이로 성장하기를 정말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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