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라는 책을 통해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21세기를 지배하는 질병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난 왜 21세기가 정신적 질병에 허덕이는 사회인지, 말 그대로 <피로사회>인지 그 이유를 찾아보다가 요즘세대는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거침없는 말투와 지적과 쓴 소리, 독설이 남발하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불과 반 세대 전만 해도 샤이(shy)한 것, 약간 수줍음을 타는 것은 미덕이었다. 그것은 좀 더 공손하게 보이게 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랑받을 만한 조건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shy한 것은 좀 덜 떨어지는 것, 손해 보는 것으로 여기고 모두 다 지적과 쓴 소리, 독설을 찾아 난리도 아니다. 유치원 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상대방이 선생님이라도 무조건 앞 뒤 가리지 않고 말을 던진다. 그것이 저학년인 그들에게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 예의 바르지 않은 소리라도 그들은 던진다. 이미 그들은 선생님이 당황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학년은 모르고 그런다고 치자. 고학년, 중학생부터는 거의 전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중2가 무서워 북한에서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교단에서도 사교육에서도 벌어지는 것이 현실의 조직에서도 작금 벌어지고 있다. 웬만큼 달련되지 않고서는 지적질 소리, 쓴소리에서 정신적으로 해방될 수 없다.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이 이 시대를 모르는 사람, 약한 사람,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찍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이 상처입을까, 당황해할까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말을 할 순 없을까? 좀 더 공손하게 말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 이것이 바른 교육임을 알 텐데... 세태는 왜 이렇게 흘러갈까?

우리사회가 다시 예의, 공손, 겸손, 배려라는 미덕을 회복해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가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미덕을 몸에 익히려면 말투부터 그 언어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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