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소설가의 세바시 동영상 <자기해방의 글쓰기>를 보고 몇 마디 공감하는 것이 있었다. 그에 의하면 글쓰기는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자 존엄이며 권능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글을 쓰는 사람을 만만히 보지 못한다.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 억압을 받고 있는 인간도 글을 쓸 수 있으며 그 인간은 살아있는 것이고 존엄 자체이다.

나 자신도 책을 출판하고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쓴다. 잘 쓰던 못 쓰던 글을 쓰는 것이 참 좋다. 때론 이것이 지적 허영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때론 나 자신을 너무 드러내 보이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우려가 글을 쓰고 나서의 해방감, 성취감을 압도하지 못한다. 때론 남에게 대면하여 표현하지 못한 것을 글로써 표현하여 통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현실의 부당함을 적나라하지 않더라도 우회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내 속에 감춰져 있는 억압 경험을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어휘로 표현해 내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때론 고전의 어느 위대한 작가의 글이 내 안의 나와 만나 글로 표현되어지고, 때론 비평한마디라도 던질 수 있을 때 지적 충만감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좋고 글을 쓰는 내가 참 좋다.

그런데 직업별로 평균수명을 조사한 결과 종교인이 1위이고 작가, 저술가들은 꼴찌라고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성취감, 해방감을 주지만 그만큼 작가의 혼신의 힘이 들어 간 것이다. 나는 짧은 글을 완성하고 나서도 크게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작가의 수명이 짧은 것은 아닌지. 그러나 작가는 은퇴가 없고 정년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직업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 멋진 도전이다. 그리고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도 감사할 일이다. 쓰레기 같은 정보가 많은 시대에, 그리고 속도의 시대에 남의 글을 시간을 들여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니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는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그만큼 자기 글에 책임감도 따라야 되지 않을까.

나를 해방시키는 글, 나는 항상 무엇을 쓰고 싶어, 내 안에 무언가를 쌓으려 열심히 노력하며 산다. 이것만으로도 내 삶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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