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저와 어머니의 한 장은 만원입니다. 저는 만원단위로 뭐든지 생각하고 그 이상은 계산을 잘 못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 장 이라면 묵시적으로 백만원이거나 천만원이거나 혹은 일억을 말하는 경우가 많지요. 저 사람은 두장 짜리야 하면 월급이 2백만원을 받거나 아니면 2천만원을 받거나. 사람마다 어쩠든 단위가 틀려요.

저와 어머니한테는 한 장이 만원입니다. 그 이상은 계산을 잘 못해요. 우리아버진 돈이 많아도 어머니는 생활비를 타서 쓰시니까 평생 만원단위로 사십니다. 어머니가 젊었을 적에는 외식하면 큰일 나는 줄 아셨어요. 왜냐하면 둘이 먹으면 벌써 만원이 넘어가잖아요. 그래서 칼국수도 못 사드셨어요. 어머니가 칼국수를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오죽했으면 제가 엄마와 칼국수란 시를 썼겠습니까.

그래서 한번은 엄마에게 칼국수를 사드렸는데 내가 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어’, 그러시는 거예요. 어머니가 만드시면 만 원 안에서 재료사서 온 식구가 다 먹는데 외식하면 벌써 만원이 넘어가잖아요. 그 말에 짠했어요. 그렇게 아끼셔서 저희 자식들이 풍요를 누리고 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엄마와 칼국수만 생각하면 저는 언제나 마음이 짠해요.

어쨌든 이 만원이 얼마나 한 사람에게 한 가정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돈의 단위인지

만원이 얼마나 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철이 없어서 결혼도 못하고 엄마 아버지랑 살았는데 돈을 벌어서 통장에 돈이 있어도 돈을 못 벌어서 통장에 돈이 없어도 엄마한테 맨 날 만 원만 만 원만’, 그럽니다.

엄마한테 만원을 타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저는 받는 재미, 엄마는 주는 재미, 그 만원을 받아서 무조건 사는 거예요. 그 돈 가지고 맥도날드 가서 1500짜리 아이스커피 사먹고 치즈 스틱 2조각을 사먹어요. 그렇게만 해도 울고불고 억울하고 슬프고 우울했던 것 싹 다 잊어버려요. 제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단순하고 멍청한 데는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행복의 감정을 느끼는 데는 어마어마한 것이 필요 없어요. 만원도 없어 쩔쩔매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 알아요. 그 분들에게는 너무 죄송합니다.

그렇게 만원에도 의미를 두고 살다보니 이제 엄마와 저는 단위가 커져 오만원이 한 장이 되었답니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두는 것이고 의미를 찾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 원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벌써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이 지구상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이런 행복이라도 누리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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