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생활, 김포공항 롯데몰과 함께

 

이 글을 쓰려할 때 약간 눈치가 보였다. 누가 나에게 상업적인 결탁이나 대가를 노리고 쓴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라도 하면 어쩌나...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스웠다. 나 자신이 떳떳했기 때문이다. 난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일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생활이라는 주제로 사색을 하면서, 난 좋아하는 일이 사색하고 글쓰는 일인데 이것이 환경의 여건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나의 주위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과 시간, 그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왜인지 이유를 찾아보고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이 많은 싱글여성의 어려움을 않고, 그 이유로 인한 직업이 불안정했던 시기, 난 휴지기를 갖고 나의 삶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다. 그리고 내 노후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다.

거기에는 시간적 계산, 경제적 계산, 공간적 계산 등 모든 머리를 굴리며 내가 찾은 대답은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10시 반이면 문을 여는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인 김포공항 롯데몰을 찾는 것이었다. 왜 찾는가? 왜 사랑했는가? 그 이유를 하나하나 찾아 밝혀보고 싶다.

 

첫째, 거기에는 매일 사는 즐거움이 있었다. 첫 번에 이 말부터 하니, 사치스런 여자라 오해받을까 겁나지만 그 오해도 풀 수 있는 곳이 롯데몰이다. 매일 무언가를 사도 그다지 돈이 안 들기 때문이다. 몇 천원부터 몇 백 만원상당의 물품까지 모든 종류의 물품의 집합장소가 거기에는 마련되어 있었다. 난 돈이 궁색했을 때 집에 필요한 라면이라도 사면서 이 생활을 즐겼다. 가끔가다 만 원짜리 귀걸이라도 사며, 마음에 드는데 싸기까지 하다니... 그러한 생각으로 항상 나에게 주어진 불행한 일들을 말끔히 날려버리고 기뻐하며 보냈다.

 

두 번째, 거기에는 매일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사고 먹고... 머리가 빈 단순한 여자라고 오해받을까 겁난다. 그러나 먹는 일이 해결안 되면 무슨 일을 시도하겠는가. 처음에 내 궁색한 경제적 지갑의 사정으로 여기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동네 싼 집을 전전할까 했는데 이 고민도 해결되었다. 먹거리가 몇 천원부터 비싸봐야 2만원 안팍으로 다 해결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2천원의 롯데리아 햄버거 하나와 천원의 콜라 스몰사이즈 하나, 모두 3천원이면 해결된다. 그러다 롯데백화점 지하의 김밥, 떡볶이, 만두 등 싸고 다양하게 식감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한 것은 백화점 식품코너 곳곳에 정수기가 있어 물이 꽁짜라는 것이다. 생활하다 꼭 필요한 물이 꽁짜이니 고민의 반은 던 셈이다. 그러나 돈이 더 궁색한 날은 카누커피 피스 하나들고 텀블러를 휴대하여 뜨거운 물을 꽁짜로 담고 커피를 타, 빨대로 빨아마신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커피값이라도 절약하기 위한 짤순이의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밥값을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우아하게 비싼 커피집에서 마시기도 했다. 남 부러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거기에는 매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 말을 하면 그래,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군이 말을 들을까 겁난다. 제일 중요한 시각, 시각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 세상에 많은 우울감, 불행을 어찌 이겨낼까. 살 수 없어도 눈이라도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살 순 없어도 아이쇼핑하며 나에게 어울릴까 어울리지 않을까, 고운색상에, 멋진 디자인에 감탄도 하면서 공상과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즐거움이다. 몇 만원부터 백만 원 안팍의 옷들을 종류대로 색상대로 디자인대로 감상하면서 난 사지 못해도 공상으로 껴입는다. 그리고 나에게 최대한 어울리는 것으로 선택을 해 하나 구입한다. 그것이 겨우 5만원 안팍일 때, 거기서 오는 충족감, 그 자체로 기뻐하며 감사한다. 비싼 걸 못 사도 나 자신의 여건에 불행을 느끼거나 소위 클래스, 계급적인 인식, 차등의 인식을 갖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포공항 롯데몰에서 그 간격, 그 차등은 커버가 될 수 있다는 내 안의 충족감(?), 자만심(?), 자존심(?), 자부심(?)(뭐라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갑의 사정은 궁색했을지언정.

 

네 번째, 거기에는 매일 독서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몰 안에는 문고가 있다. 문고 안엔 다양한 책과 널찍한 공간과 카페가 있고 고객을 위한 자리가 있다. 커피를 마시며 아무데서나 책을 뽑아와 앉아서 읽을 수 있다. 굳이 책을 안사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척, 티낼 거면 도서관을 선택할 것이지 왜 사치의 대명사인 백화점이 자리한 몰의 문고를 선택하냐, 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동네 시립, 구립도서관 등 좋은 시설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이런 시설이 잘 된 나라도 드물 것 같다. 그런데 왜 굳이 몰 안의 문고를 좋아하냐면 조잡한 변명이 될 수도 있지만, 우선 도서관은 공간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그렇게 넓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책장과 책상 몇 개가 자리할 뿐이고, 거기다 음료수가 반입이 안 되고, 일일이 책을 도서번호를 찾아서 읽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이 구속감처럼 여겨지고, 눈치로부터의 해방, 더 많은 자유로움을 누리고 싶어 하는 나에겐 몰 안의 문고가 딱이다. 그래 그거다. 눈치로부터의 해방, 자유로움 자체. 왜 그런고 하니 몰 안에 모든 상점에는 문이 없다. 칸막이도 없다. 문이, 칸막이가 있어도 열려있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점원이 문입구서부터 따라붙으며 통제하며 서비스하는 일 자체가 없다. 나는 눈치보는 일을 제일 싫어한다. 기껏 문을 열고 들어가 휘휘 둘러보며 판단만 하고 되돌아가는 자체가 나는 눈치가 보이고 미안하다. 손님이 들어오기나 말기나 구경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살려면 사고 안 사려면 안 사고 그런 배짱으로 서있는 점원이 편하다.

 

다섯 번째, 거기에는 매일 만보를 채울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걷기가 몸에 좋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만보 걷기를 생활화하자고 권장하는데 몰은 그것을 실천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널찍하고 지하부터 지상까지 몇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그냥 걸어만 다녀도 만보는 충분히 채워지고 2만보까지도 가능하다. 이것도 변명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운동을 하려면 야외에서 걸을 것이지 왜 이곳이냐고 혹자는 물어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이유가 확실하다. 가까운 거리를 나가도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거나 대중교통으로 인한 매연과 소음, 걷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매연과 소음이 없는 공기 좋은 곳을 이제는 쉽게 만나지 못한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그런데 몰은 운이 좋게도 집에서 멀지 않고 실내라는 공간에 싸여 있어서 공기가 좋은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소음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손님을 불러드리려 유행하는 음악을 틀어놓거나 시끄럽게 호객 행위하는 자체가 없다.

 

여섯 번째, 거기에는 매일은 아니지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몰에는 온갖 종류의 공간이 있는데 제일 감사한 것은 문고가 있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영화관이 있다는 것이다. 나의 취미는 온갖 경험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영화도 중요한 나의 글쓰기 소재이다. 이 취미를 포인트를 적용하여 값싸게 즐길 수 있으니 더 없는 행복이다. 예매율 상위에 랭크된 영화는 어떻게든지 보게 된다.

 

나의 몰찬양은 이제 여기서 마친다. 한 가지 바람은 노후에도 이런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몰 안에 노인분들은 볼 수가 없다. 노인분들이 즐길 공간이 무어라 이름지어지든지 그들만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노인분들이 동네 복지관이나 노인정밖에 갈 데가 없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노인이 아닌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도 몰이나 백화점을 혼자 못가겠다고 고백한다. 왜 그런지 구구절절이 안 써도 짐작할 것이다. 그들은 이런 곳에서 더 외로움을 느끼고 자신의 현실과 더 괴리감을 느껴 발걸음을 돌려 찾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노인들도 경제적으로 넉넉해지고 노인들을 위한 경제상품 개발을 위해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이제 한두 가지 혜택이 아닌 여러 가지 혜택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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