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 존엄한 죽음인가, 살인인가

 

 

밑바닥 인생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되기까지.

이 영화는 시골깡촌 출신으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프로 복싱선수를 꿈꾸는 한 여자가 유명한 노 트레이너, 매니저를 만나면서 성공의 기회를 갖게 된다는 줄거리인데,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영화다. 일단 주인공 여자 매기는 여자라는 것 때문에 거부하는 노 트레이너를 설득하기 위해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먹고,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체육관에 등록하여 열심히 연습을 한다. 그녀의 끈질긴 투지, 노력은 결국 노 트레이너를 설득하게 되고, 그녀는 그에게 훈련받을 기회를 갖게 된다. 그녀의 투지와 재능, 노신사의 노련한 코칭이 더해져 그녀는 하는 시합마다 KO패로 승리의 승리를 거두는데...

그녀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가난한 가족을 위해 집을 사 주기까지 하는데 가족들은 냉랭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게 그녀는 유명해져서 사람들에게 "모쿠슈라", "모쿠슈라"라는 환호를 듣는다. 그 뜻은 영화 마지막에 밝혀지는 데...

그녀에게 드디어 백 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챔피언 타이틀전이라는 기회가 찾아온다.

 

인행의 단 한번 뿐인 행운의 기회가 비참한 불행의 단초로

그 영화에서 많은 복싱선수들이 나오고, 노 트레이너도, 체육관에서 일하는 노 트레이너의 친구도 복싱선수였다. 그러나 그네들은 한 때 화려한 복싱선수들이었지만 지금은 어려운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 화려함 뒤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려오기도 하고,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도 하고... 그렇게 행운이라는 것은 찾아오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여자 주인공에게 멋진 기회가 찾아오는데, 그러나 상대는 반칙으로 유명한 선수중에 악질중의 악질인, 창녀출신 복싱선수였다. 그러나 챔피언 타이틀전이었고, 상금은 백만 달러였다.

여자 주인공은 자신만만하게 "모쿠슈라"라는 환호를 받으며 시합을 하게 되는데...

반전의 반전, 여자주인공이 노 트레이너의 코칭으로 상대선수에게 연타를 때림으로, 거의 KO패까지 가는 승리를 확신하며, 뒤로 돌아서는 순간, 반칙의 여왕인 상대선수가 뒤에서 주인공 매기의 뒤통수를 때리고, 매기는 쓰러져 의자에 목을 부딪치는데...

다음 장면은 병원이다. 목 이하 신체부위는 마비, 얼굴근육과 말만 할 수 있고, 식물인간이 된 주인공, 매기가 누워있다. 그 때부터 불행의 불행, 비참의 비참...

노 트레이너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병원을 찾아보고, 결국 재활병원까지 와서 그녀 옆에서 가족같이 그녀를 돌본다.

그녀의 친 가족은 그녀를 돌볼 생각은 전혀 안하고, 그녀의 남은 재산을 법적으로 자기들한테 돌리기 위해, 변호사를 대동하고 병원을 방문하는데...

그녀는 그들의 속내를 알고 가족들을 거부한다.

노 트레이너의 돌봄은 계속되는데 나아질 기미가 없고, 그녀는 욕창으로 다리가 썩어 다리까지 절단을 해야 했다.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자기결정권을 옳은 것인가

어느 날, 주인공 매기는 노 트레이너에게 은유적으로 자기를 안락사 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남이 갖지 못한 기회도 가져 봤고, 환호 소리도 들어봤고, 그 환호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이렇게 비참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나는 후회 없다고...

노 트레이너의 대답은 "I can't" 였다.

그리고 나서 그는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녀가 혀를 깨물어 자살을 기도했다고.  정신이 들면 또 혀를 깨물고.  결국 재갈을 물리기까지 해서 그녀의 목숨은 건졌으나...

노 트레이너는 그 때 진지한 고민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부터 웰다잉법이 시행되는데,  웰다잉법 제1조가 "환자의 자기 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는 생명권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사법부의 결정이라고 한다.

 

안락사, 존엄한 죽음인가, 살인인가

노 트레이너는 23년간 다녔던 교회의 신부를 찾아간다. 그리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신부의 대답은 "빠지세요, 하나님께 맡기세요. 그런 일에 당신은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노 트레이너는 결국 그녀가 누워있는 병원 침실에 찾아가 산소호흡기를 떼고 영원히 잠들 주사를 놔준다. 그리고 그러기 전, 그녀에게 키스하며 모쿠슈라의 뜻을 말해준다. "모쿠슈라는 나의 소중한 혈육"이라는 뜻이라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수긍하는데...

 

이 영화는 안락사가 존엄한 죽음인가, 살인인가. 그리고 제3자가 관여했을 경우, 여러 가지 이슈거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많은 여지를 남겨 두었다. 그녀의 가족은 그녀를 버리고 그녀를 돌보지 않았다. 그녀의 노 트레이너만이 그녀를 사랑하고 가족처럼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의사를 밝힌 경우다. 이런 경우 사법적으로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종교를 가진 그는 신부의 말대로 죄책감에서 못 벗어났을까? 자유함 속에서 살았을까? 의문을 많이 남기지만...

 

이 영화는 10여년 전에도 개봉이 되었던 영화이고 필자도 이 영화를 보고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과 많은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 당시 정서는 이것은 살인이고 그 사람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나 시대의 생각은 변하고 있다. 웰다잉법은 2018년부터 시행된다. 이것에 관한 저서 <존엄한 죽음>(최철주 지음>이라는 책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또한 자살을 권하는 사회로 바뀌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져보았지만, 웰다잉법의 취지는 그것이 아니다. 존엄한 죽음은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자살을 방조하는 것이 아니다.

 

2009521일 대법원이 선고한 최초의 존엄사 판결문의 요점을 상기하는 것,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 152페이지에 나온다.

 

"생명권이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 역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미 의식의 회복 가능성을 상실하여 더 이상 인격체로서의 활동을 기대할 수 없고 자연적으로는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므로, 이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되고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지 아니하다고 할 것이다. (중략) 환자가 (중략)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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