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책 <인생수업> 처음부분에 이런 예화가 나옵니다. 어느 40대 초반의 여성의 경험담입니다. 혼자서 차를 몰고 시내 외곽을 달리고 있는데 고속도로 중간쯤 갔을 때 앞서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백미러를 보니 뒤에 따라오던 차 한 대가 전혀 정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차는 전속력으로 돌진해 왔습니다. 아마도 그 차의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았던 것 같은데 곧 그 자기 차를 강하게 들이받으리라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때 그 여성은 의식적으로 운전대를 꼭 움켜쥐고 있던 자기 손을 내려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여성은 이것이 내가 이때까지 살아온 방식이구나 싶어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운전대를 움켜쥐고 있던 양손을 내려놓았습니다. 운전대를 놔버린 것입니다. 그리곤 삶에 아니 죽음에 순순히 자신을 맡겼다고 합니다. 그리곤 뒤이어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는데. 그 여성 어떻게 되었을까요. 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는데 그 여성은 하나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몸에 힘을 뺀 것, 몸의 긴장을 푼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고 말했답니다. 몸이 긴장했으면 크게 다쳤을 거라고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여성이 늘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살아왔지만 이제는 손바닥 위에 부드러운 깃털이 놓인 것처럼 평화롭게 손을 편 채로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하는 거예요.
쥐면 쥘수록 잃고 다치고 멀리 못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움켜진 손을 폈을 때, 힘을 뺐을 때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힘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은 우리가 힘을 뺄 때, 내려놓을 때, 우리의 권리를 포기할 때 오는 것입니다.
유명한 정신의학자 데이비드 호킨스박사는 그의 책 <놓아버림>에서 “놓아버리면 성공할 수 있다”이렇게 말합니다. 항복이야 말로 완전한 성취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가 “노력기제”라는 밧줄을 이미 끝까지 당겨 보았다, 그러나 원하는 곳에 닿기 위해 열심히 당겨 봤자 밧줄만 점점 더 너덜너덜해질 뿐이다. 이제는 더 쉽고 편한 길이 있다, 바로 그것이 그 밧줄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심리학의 용어로 노력기제 대신 항복 기제를 써보라는 것입니다. 고통의 주 원인이 우리가 뭔가에 집착하는 것, 애착하는 것이라면 놓아버림 기법은 마음속 애착과 걸림돌을 없앨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하면 일단은 육체적인 면에서 건강에 이롭고, 행동 면에서 부정적 감정이 점차 줄어들면서 약물, 술, 오락, 지나친 수면들에 의존했던 사람들은 그것에 벗어나고 활력과 기운을 찾고 그럼으로 인해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이것을 끊임없이 실천하면 의식과 자각, 영성에 눈을 뜬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점차 놓아버림으로써 마침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놓아버림의 방법은 높은 영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 중에서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 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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