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절망이 잠을 잔다.
좌절 한 복판에 무거운 쇳덩이를 안은 채
머리가 서서히 환영의 水(수)에 잠겨든다
숨이 잦아들며
어깨가 저 밑바닥으로 한껏 밀착되어 가고
손과 발이 순종하듯 떨구어진다.
태곳적 모태의 양수안…
절망은 그 근원과 만나고
아픈 기억의 파동으로 몸을 뒤틀어 댄다.
그러나
하얗게 밀려오는 時間(시간)의 구름이
그 근원을 덮어 내리고
어느새 몇 겹으로 멀어져
休閑(휴한)으로 인도한다.
흰 솜뭉치들은
절망의 눈물을 적시어 내며
그 무거움을 떨어뜨리고
절망은
한줄기 빛에 드러나
그 여림이 온기로
휘감긴다.
생명의 탯줄
풍만한 생산의
젖무덤 속,
어머니에 안겨,
맥박의 소리를 듣는다.
저 胎內(태내)의 용솟는 힘의 소리를…
절망은
怒號(노호)하는 화산 속 용암이
그 분출을 기다리듯
들끓기 시작하고
마침내
그 憤(분)을 뿜어,
손과 발은 氣志(기지)를 펴고
회오리치는 바람의 숨을 빨아들인다.
일로의 희망의 광선
고뇌하는 心府(심부)를 찌르고
환희의 빛이
온몸에 번질 때,
새로운 의지
깨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