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의 유교정서문화 속에서 희생의 가치가 가장 숭고한 가치인 것으로 배우고 익혀왔습니다. 아니, 그렇게 주입되어 왔습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 가정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영웅으로, 큰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특히 여성에게 희생의 가치는 더욱 강조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원을 와서 여성학을 공부하게 되었을 때, 이 희생의 가치가 전혀 전복되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즉 희생의 가치는 남녀 차별을 공고히 하는 이데올로기이며, 여성을 열등하게 만들고 여성 자신의 존엄성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게 만드는 구시대적 가치라는 것입니다. 즉 희생의 가치를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강조하고 주입해서 여성의 사회진출도 막고 여성의 자존감을 억눌리게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의 희생을 매력적인 미덕인 것처럼 여기게 해서 남성중심적인 사회적 시스템을 잘 굴러가게 하려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여성의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강조하는 분위기는 남과 녀의 지배와 복종, 차별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교육이 이 차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정에서도 저는 막내라 귀여움을 많이 받았지만 유교적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오빠들하고 차별을 많이 받았습니다. 맛있는 거는 항상 아버지 큰오빠 작은오빠 순이었고. 지금도 기억에 나는 서러웠던 일은 작은 오빠가 장이 나빠 어머니가 지금의 야쿠르트를 매일 받아서 작은오빠만 먹이셨습니다. 근데 어린나이에 그것이 먹고 싶어 몰래 조금 먹고 물을 타서 채워놓았는데 그것이 들켜 작은 오빠한테 뒈지게 혼났던 추억 아닌 추억이 있습니다.
지금의 제어머니 세대는 더 하셔서 고등학교 운동회 때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달리기를 했는데 벌거벗고 뛴다고 제 할아버지가 책을 다 태우고 학교에 못 가게 하셨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차별이 되어 버려 여성들은 직장에서 기를 못 펴고 결혼이나 임신이나 하면 눈치가 보인다고 합니다. 교계에서도 여성목사의 귄위는 인정도 안 해주고 여성목사안수도 안주는 교단이 아직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거세진 여성운동이 이젠 희생의 가치마저 변질시켜버리고 왜 여성이 희생하고 나서냐하면서 들고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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