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아 언니에게

 

 

커다란 안경너머의

상냥한 미소도

 

어르신네들의

간장을 녹일 듯

예의바른 말씨도

 

똑똑한 우등생의

총명함도

 

가끔가다

너무 편안히 해주는

얼빵한 행동도

 

무너져

시체처럼 늘어진 언니를 보았을 때

 

내 안에 쌓아두었던

그녀도

눈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항상 옆에 있었던 사람

그리고 항상 옆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사람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잃어

마음도

몸도

쇠잔되어진 그날

 

애써

그 슬픔을 감추려는

언니의 독스런 행동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싱그브리한 남자라고

겸손하여 자랑도 하지 않았지만

 

난 그 싱그브리함이

세상을 닮지 않은 천진함으로

바다 같은 넓은 사랑으로

언니를 감싸주고 있었음을

이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젠

그 포근했던 바다가

폭풍우와

거친 파도로 변해

막아줄 이 없는

언니를

할퀴고

때리고

덮어 내리려 한다는 것을

 

그 속에서 버텨나가야 할

아니 버텨내고 있는

언니의

가슴 속이

시퍼런 멍든 눈물로 가득차오고 있음을

 

내 가슴의 시림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퍼렇게 멍든 눈물이

언니를 다시 감싸 줄

드넓은 바다됨을

난 작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내 가슴의 시림이 끝날 때까지

난 내 가슴을 언니를 향한 마른 희망으로 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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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경아 언니는 시인의 사촌입니다. 그녀는 젊은 날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습니다. 시인은 그녀의 남편 장례식장에서 쓰러진 그녀를 봅니다. 학창시절 모범적이고 똑소리 나는 그녀가 절망한 날, 시인은 한 여자의 일생이 어떻게 그려져갈까 상상해 보고 걱정을 해봅니다. 그리고 쓰러진 그녀가 강인하게 희망차게 삶을 이어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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