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무거움이 나를 짓누른다.

내 속의 나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 무엇

 

버둥버둥 떨어내려 악을 쓰면

다시

피 묻은 칼끝으로 내 심장을 찌르는

 

떨쳐내 버리고 싶다.

그 무엇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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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제가 15년 전에 쓴 시입니다. 무엇이라는 표현은 제가 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아서 채택한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무엇은 미움이기도 하고 죄책감이기도 하고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악에 가까운, 제 심장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마음입니다. 그것은 무겁고 아프고 견뎌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 무엇은 시원하게 떨쳐 내버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현실의 아픔을 한두 번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저는 그것을 감당해 내며 아름다운 생각보단 나쁜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아팠나 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떨쳐내 버리려고 노력을 안 해도 잊혀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젠 좀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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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2017년에 출간한 <내 안의 나와 마주하며>(교보이북, 전자책)라는 시집에 실리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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